미네르바 체포 후폭풍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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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구를 찍고 울산에 도착해 짜증난 기분으로 컴퓨터를 켜자마자 미네르바 체포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뭐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던 미네르바 비전문가설 가능성에도 동조하고 있던 나로써도... 공고출신 31세 무직자가 미네르바의 정체임을 보고는 조금 아연해졌다.
정말이지 한국은 인재가 없는게 아니라, 있는 인재를 썩혀두는 거라니까... 빌어먹을 교육제도 같으니 말이지...;;;;

뭐 급보든 뭐든 난 빠르게 기사를 퍼나르는 쪽의 포스팅에는 흥미가 없으므로 두시간 가까이 인터넷 분위기를 보면서 올라오는 포스팅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뉴스비평엔 미네르바 태그를 달고 민주주의의 사망을 얘기하는 포스팅들로 넘쳐나는 상황.
이쯤해서 이 후폭풍에 대해 청와대쪽에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정부입장에서도 12월29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을 던지는데는 충분한 계산이 있었을 것 같기는 하다. 역시 최선의 해결책은 조용히 신화로써의 미네르바만을 해체하는 것이었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희망섞인 관측이 될 확률도 높았으니, 움직이는 것도 그들로썬 당연하겠지. 뭐 자기들과 다른 생각을 절대 용인해주지 않을듯한 독선으로 가득찬 모습을 연속해 보여주던 청와대였기에 (하긴뭐 이런 오해를 받는건 어떤 세계의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니, 딱히 현재 청와대의 죄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의의 여신에게는 죄의 무게를 달 천칭이 있지만 말이지) 30대 노숙자 하나 씻겨놓고 미네르바로 위장했다는 음모론이 나도는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분위기가 과연 얼마나 가려나.. 뭐 순교자를 만드는 법집행에 있어서 그 리스크를 계산하는 실수를 저지르는건 본디오 빌라도 이후의 통치자들 역시도 끊임없이 반복하고야 있지만, 그래도 계산 없이 지금 시점에 검찰이 움직이지는 않았으리라는 느낌이다. 사실 미네르바의 정체따위는 이미 몇달전부터 알려졌음에도, 정부에선 그 후폭풍을 약화시킬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이미 이런맥락에서 10월까지의 미네르바와 이후의 미네르바가 다른 인물이란 음모론도 돌고있고 말이지) 너무 앞선걸까?

뭐 어쩔수 없는 자신의 못난 부분일지는 몰라도, 나는 역시 반골 기질이다. 쓸데없이 거품만 요란한 신화는 해체되어야한다. 난 미네르바 신화에서 꿈을 보지 못했다. 상상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신화는 입에 담을 가치조차 없다. (물론 미네르바의 책임은 아니다, 그 책임은 당연히 이명박 신화를 만들어낸 순진한 인간들에게 돌아가야 하니까) 그리고 신의 정체가 요란하게 까발려진 지금 나는 꽤 재밌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약간의 후련함도, 그리고 반대급부로 이어질 신화해체작업, 그 메스날의 역겨운 차가움에 대한 공포도.

by Goldmund | 2009/01/08 19:26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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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1/09 02:33
무서운건 두 가지죠.

1. 인터넷에 쓴 글 때문에 잡혀가는 시대가 현실로 한 걸음 다가왔다.
(법 통과되면.........어떻게 될까?!?!? 하는걸 간접체험한거죠.)

2. '전문대졸 30대 백수'보다 더 경제예측을 못했던 '전문가'들은 도대체 뭔가요?!?!?!?!?!?!?!?!?!?!?!?!?!?!?!??!?! 충격과 공포....
Commented by Goldmund at 2009/01/09 17:00
1번같은 경우, 누리꾼들의 공포와 미네르바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지않나싶습니다. 일전의 엠팍 불펜게시판 검열사건과 같이, 인터넷에 대한 검열은 오랫동안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져왔습니다만.. 미네르바는 1)그 영향력의 측면과 2)문제의 허위사실유포에서는 좀 특수한 케이스죠.
재밌는건 그럼에도 누리꾼들은 공포를 간접체험하고 있는데, 일반 여론에 있어서는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거라는 점이죠. 잡힌 사건 자체는 별게 아닌데, 이 건을 이용한 법개정을 통해 공포의 테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카드가 정부쪽에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입니다.

2. 저야 경제학도가 아닌바 뭐라고 할 영역은 아닙니다만, 경제학이라는건 무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조차 혀를 내두르는 오묘한 물건이라는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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