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 복지의 좌표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2008, 후마니타스

<생각의 좌표>
홍세화, 2010, 한겨레출판사

새해 들어서 두권의 책을 읽으며, 최근의 화두인 무상급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따지고보면 무상급식 논쟁은 진보진영에서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도입의도는 정치적이지 않았으며, 최초의 정치적 논쟁 역시 경기도의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데서 시작했다. 현재의 무상급식 논쟁역시 마찬가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이 문제를 복지병으로 확대시켜면서 더욱 정치적인 논쟁이 되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보수쪽이 논쟁거리를 만들어준 상황을 활용하지 못하고, '무상급식' 이라는 아주 소소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하나의 시책의 타당성에 대해 얘기할뿐 '시혜적복지와 보편적복지중 어느쪽이 타당한가' 라는 주제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는 한국사회의 부동산 불패신화, 토건국가의 문제점, 새롭게 대두되는 지역주의(강남,강북,수도권,지방)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통계자료에서는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성이 느껴지고, 각 장의 끝마다 핵심을 추려놓으면서 배경정보가 부족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부분은 이책의 백미라고 할수 있다. 책은 시종일관 부동산 격차가 어느정도 수준이며, 어떤식으로 계급사회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는데, 한국사회의 소득지니계수는 0.310(2005년조사, 2009년에는 0.325로 상승추세)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자산지니계수는 0.638(2004년조사)에 달한다는 부분에서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으로, 이미 한국사회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상위 1%를 위해, 세금폭탄을 거두라는 매스미디어에 현혹된 대다수 중산층과 무주택자들의 투표성향은 부동산 계급분할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홍세화씨의 <생각의 좌표>는 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은 결국 '왜?' 라는 질문이 죽어있는 교육현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을 낳고 있는 사회에 그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부동산 계급사회>는 경제서에 가깝고, <생각의 좌표>는 에세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두권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문제점과 대안으로써 공통되는 것은 결국 '계급주의적 사고' 였다. 세상을 계급주의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력적인 방법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이런 계급주의적 관점에서의 투표가 보편화되어있지 않아서, 중산층들에게 이런 혜택들이 돌아가고 있지않지만, 한번 복지의 맛을 본 중산층들이 줄줄이 투표장으로 나와 복지정책을 제시하는 좌파를 찍을거라는 주장.. 하지만 이런 마술같은 주장이 먹히지 않은것도 하세월이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격언이 실제가 되려면 일단은 계급적 사고방식을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만들어야된다는 얘긴데.. 이건뭐 내 살아생전에 볼수 있을지도 의문.

다시 무상급식으로 돌아가보자, 무상급식의 실시는 지극히 계급주의적 관점에서 볼때 대다수 중산층에게는 이득이 된다. 세금은 내는데, 혜택은 보지 못하는 저소득층 무상급식 (시혜적 복지) 보다는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혜택을 볼수있는 전면 무상급식(보편적 복지)가 더욱 이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이것은 무상 급식뿐만이 아니라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 임대아파트등의 대다수 복지 정책에 관해서도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중산층은 많다.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을 인질로 잡고, 중산층을 위한 또다른 복지의 확대로 변질될 것이며, 이는 사회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릴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와 '우리의 생각'이 된 것인가?

우리 나라는, 보편적 복지는 고사하고 시혜적 복지만이라도 충분할만큼 펴주고 있는 국가가 아니다. 총 국민소득 내지는, 총예산중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증가추세에 있던것이 올해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현실이다. 만약 복지라는 어젠다가 지금처럼 거세게 불지 않았다면, 복지예산의 감소는 큰 이슈조차 되지 않고, 앞으로의 정책 기조로써 자리잡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반드시 옳은 방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혜적 복지의 확대에 공헌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은가?

시혜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어느쪽을 택하건 제대로된 복지를 하려는 이상, 재정의 확대는 필요하다. 어느쪽도 싫다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치킨게임만이 있을 뿐이다. 어차피 중산층이 누릴수 있는 성공이란건, 밑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게 전부인게 현실인데. 세금이 무서워서 복지정책 확대에 반대한다.. 고할때, 어차피 (스웨덴의 경우를 보듯) 고소득층에게 부담을 지우는것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저소득층의 눈물을 바탕으로 아둥바둥 살아보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자기 아이들의 미래일수 있다는것을 잊은채로..

보편적 복지와 시혜적 복지, 어느쪽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결국 적용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평행점을 찾아야할 일이다. 먼저 필요한것은, 계급을 떠나서 복지라는 것의 가치가 '우리' 모두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먼저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상급식은 언제라도 변질되어 정치공세의 제물로 변해 버릴것이다. '나' 만의 행운을 위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나'의 존재가 '너'의 존재를 배반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 필요한 것은 계급적인 계산보다는 이쪽이 먼저가 아닐까?

라지만, 사실 이것도 이상론에 가깝고..
결국 먹히는건 정치공학적 쌈박질이겠지. OTL
by Goldmund | 2011/01/05 23:21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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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01/06 09: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06 14:14
막상 글을 쓰다보니 논리적으로 마무리를 짓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무상급식 논쟁에 있어서 '공감대의 형성' 이라는게 감성적 호소가 아니면 먹히기 힘든 구도인게 사실이죠..
단순히 무상급식안건에 대한 1회용 온정론이 아니라, 자주 얘기가 나오는 '준비물'과 같은 학습환경 개선같은 문제에서 무상교육 (혹은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비지원강화) 쪽으로 논의를 옮겨갔을때도 먹힐만한 논리가 필요하다.. 저도 이쪽으로 생각은 하고 있는데 정리가 안되더군요..
Commented by fulton at 2011/01/06 11:43
링크 퍼감... 난 이제 설치형 블로그로 옮겨서;;
Commented by fulton at 2011/01/06 13:47
"우리 나라는, 보편적 복지는 고사하고 시혜적 복지만이라도 충분할만큼 펴주고 있는 국가가 아니다. 총 국민소득 내지는, 총예산중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증가추세에 있던것이 올해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현실이다. 만약 복지라는 어젠다가 지금처럼 거세게 불지 않았다면, 복지예산의 감소는 큰 이슈조차 되지 않고, 앞으로의 정책 기조로써 자리잡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반드시 옳은 방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혜적 복지의 확대에 공헌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은가? "

이걸 통계적 방법론으로 풀어보자면
1. a는 b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2, 근데 b가 도출되기에는 의미 수치가 적다.
3. 심지어 b의 과정으로서 a의 의미수치가 적다.

고로 b의 의미 수치가 확대되면 a의 의미수치도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음?? 이상한데?)

맑스적 서술로 풀어보자.
공산혁명이 일어나려면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해야 한다.
러시아는 이제 막 농노제를 벗어난 아직 농업중심 국가이다.
고로 러시아를 부강하게 하려면 일단 산업자본주의를 넘어 공산혁명부터 일으켜야 한다?

너무 나이브 한듯한 논지 전개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06 14:18
쓰면서도 좀 불만이었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전개해버리니 할말은 없네요ㅋㅋㅋ

다만 제가 생각한건, 시혜적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 보편적 복지를 늘려가야된다... (무상급식을 꼭 실시해야된다!) 라는게 아니라, 보편적 복지에 대한 필요성, 혹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어쨌거나 무상급식이든, 저소득층에 대한 급식지원 확대는 필요하다!)은 최소한 시혜적 복지의 확대에 공헌하지 않을까.. 라는 얘기였음;;;
Commented by fulton at 2011/01/06 14:27
그거 자체도 나이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야. 보편적 복지와 시혜적 복지가 연관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조금 더 고민을 해야할 이야기이고 복지라는 큰 카테고리안에서 같은 내용이지 사실 보편적 복지하고 시혜적 복지는 역사적 맥란에서 출발 부터가 전혀 다른 개념이거든. 무슨 이야기인지는 이해가 되는 데 우리가 생각한데로 되지 않는 게 정치와 사회의 영역이라는 건 잘 알잖수. 좀더 고민을 더 해보고 해야할 말이라는거지. 그렇게 쉽게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
Commented by 어웅 at 2011/01/07 17:42
조금 뜬금없이 툭 던져버리는 감이 없진 않은데,
fulton이나 goldmund나 알아서 해석해주길 바라면서
조낸 무책임하게 간단한 감상을 쓰자면

이전에 총리가 지하철 노인 무임제도 폐지한다고 하니까
이걸 시혜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끌고가면서
이 정부의 복지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수있다 고 하던데
좀 짜증나더라.

그리고 fulton이 지적한 부분은...심하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네가 쓴 그 부분보다 차라리 우리나라의 경제적 보수들이 말하는 '파이 키워서 못난놈들도 떡고물 주자'는 경제성장론이 훨씬 말이 되는 얘기라는 생각;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08 12:45
김황식은 그냥.. 정부 돈없어서 한 얘기 아님? ㅋㅋㅋ

'낙수효과' 라는게 미디어에서 선전하는것 만큼은 아니라는건 이미 증명된 얘기고.. 비록 역사적 상황으로보면 보편적복지랑 시혜적복지는 궤가 다른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지금상황에서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지는 논지인가;;;;

아무튼 느끼는건.. 나 공부좀 해야겠다. 진짜;;;; ㅠㅠ
Commented by 어웅 at 2011/01/08 19:47
후훗 여기서 풀턴좀 까야지~

1년전쯤에 델문도에서 얘기하다가 내가 아직 한국은 구매력이 부족하다고 했을땐 아니 그정도는 된다 여길(홍대) 봐라 했던 대화를 했는데, 요즘 풀턴이 나한테 한국 수준이 동유럽한테도 따라잡히고 있다 에휴... 이러고 있음

방금 네가 김황식은 돈없어서 한 얘기 아님? 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 부분을 보편적 복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극복을 못하나.. 아님 안하나? 안하려고 할걸 애써 피하고 있지. 결국 항상 4대강만 안하면... 이런식으로 두드리는 꼴... 그래 4대강 안하면 정부재정이 좋아지긴 하겠지. 하지만 그 4대강 하려고 무리하는 정부 비판하면서, 자기들 4대강 대신 보편적복지하려고 똑같은 무리를 해야 재원이 마련된다는건 얘기 안함...
Commented by fulton at 2011/01/08 22:51
다시 돌려까자면 너역시 보편적 복지와 시혜적 복지를 구분해야 한다는거지. 그때 우리는 분명히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시혜적 복지를 논하고 있었음(의료보험 및 차상위계층 복지) 시혜적 복지에 대한 시행은 할 수있는 여력은 한국이 난 있다고 봄.

그리고 체코같은 국가는 한국보다는 복지 시스템은 그래도 잘되어 있는 편임... 특히 교육시스템 한국의 교육 복지는 말그대로 참 그렇지 않나..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09 08:19
아니 왜 여기서 왜 분란 조장하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한분야 한분야 보편적 복지가 이뤄지면, 결국 시혜적 복지쪽에 맡기는게 더 합리적인 부분들도.. 보편적 복지로 여론이 넘어가려나?
케바케로 가는게 좋을것 같긴한데;;;

아무튼 난 '보편적복지는 중산층이 저소득층 피빨아먹는 짓이다' 라면서 시혜적 복지에 대해 신경안쓰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싫다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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