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은 나의 힘
2ch 미래에서 왔습니다.

이오공감을 둘러보다가, 생각없이 눌러본 번역글에 이렇게 감정의 동요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스크롤 압박이 느껴지는 글이지만 시간이 된다면 한번 읽어봐도 괜찮을듯.

'전설의 스레' 라고 불리우던데, 어느정도의 개그도 있고, 유치하긴 하지만 확실히 잘쓴글이다.. 무엇보다도 적절한 BGM활용은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는 부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글과 그 반응들이 마음을 움직이는건.. 지금 나의 현재가 지닌 무언가의 결핍때문(부족이 아닌). 그만큼 과거에 대한 후회가 너무 크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이겠지...
후회해도 소용없다는건 알고있다. 다만 예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면서 (현실도피) 잠시의 행복이라도 찾고 싶어하는 것일뿐. 다만 돌아오지 못할까 그것만은 나 역시도 분명히 걱정하고 있어...

그러고보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온것은 8할이 허세였다. 어릴적부터 그렇게도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 라는 감정에 충실하게 어떻게든 튀어보려 했었던 것만은 확실. 

중학교적 흑역사.. 라고 하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따지고보면 당시의 따돌림 역시 상당부분은 허영심이 원인이었다. 물론 결정적 원인은 같잖은 정의감으로 '양아치 일진들한테 깝친' 사건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기에 기피 인물이 되었던 거겠지. 그게 표면적으로 내가 수도 없이 들었던 "넌 잘난척 해서 재수없어" 일테고

그나마 고등학교를 잘 들어간 덕에 더이상 상처없이 학교생활을 하며 좋은 친구들과 만나 추억들도 만들었으나.. 그때까지도 소위 중2병이라는게 심하지는 않더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 아마도 고3 교실이었던가, C모양이 얘기했던 '소문에 따르면 굉장히 특이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옆에 있으면 굉장히 평범하다' 라는 평가를 들었을때는 아무래도 쇼크였던 기억. 어떻게보면 장학퀴즈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참가했던거고... 
장학퀴즈 광탈, 지리올림피아드 삽질, 오르지않는 모의고사점수 , 딱 공부한만큼의 수능성적과 대학입시 논술로 이어지는 폭풍같은 실패의 연속... 세상이라는 것에의 부딪힘과, 경탄할만한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내가 평범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실 겉으로만 그렇게 쿨하게 얘기했을뿐.. 실제로는 아마도 젊은 베르테르의 흉내라도 내고 싶었던것이 분명.

얼마전 세그와 만났을때도 얘기했던건데 대학1학년때 역시 그런 흉내를 내고 있는 자신의 눈높이에 비해 현실은 어지간히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괜히 혼자서 대낮에 깡소주한병들고 병나발 불고 강의실에서 난대없이 머리를 쥐어뜯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식의 똥폼 잡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했는데, 아무튼 그런 허영심 쩌는 모습을 좋아해준 사람도 있었다는건 감동. 뭐 그래봐야 어린아이답게 자기좋아해주는 사람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눈에 보이는 그럴 때.. 였다만

아무튼 그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괴로워했지만 사실은 그게 맞았던 거다. 정말로 죽고싶었던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게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거다' 라는 명제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었을뿐.. 그뒤의 과정은 결국 그러한 명제를 인정하면서 내 이상을 낮추는 과정이었을 뿐이고.. 문제는 이상을 낮추는 과정에서 현실조차 퇴행해버렸다는 거지만..

하지만 지금에라도 깨닫기에, 허영심은 여전히 나의 힘이다. '진짜 삶이라는건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서는 삶이 아니기에' 나는 여전히 분기점 위에 서있다. 나태라는 악덕은 언제나 떠나지가 않아서 결국 돌아오기에 바쁘지만.. 적어도 동기부여의 측면에서는, 내게 찾아올 몇가지의 행운을 걷어차버리지 않을 준비는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본다.

새학기가 시작하면 정신분석 치료를 받아볼 생각이다. 이번엔 어머니의 제안을 괜히 돈 걱정하며 물리치지는 않을 테다. 세상은 뻔뻔하게 살아가는 만큼 funfun해지는 거니까. 이번 설에는 강의시간표부터 시작해 새학기 계획을 좀 짜보는 시간을 가지련다. 일단의 계획은 꾸준한 운동과 정신분석 치료정도이고, 아마도 학교 교지편집에 참석하게 될듯. 아 그러고보니 세미나 발제도 준비해야한다;;;; 

아무튼 이번 학기에도, 열심히 허영심을 충족시킬만큼.. 특히 지적허영심을 충족시킬만큼, 그리고 그만큼의 좌절감을 각오해본다.
by Goldmund | 2011/01/30 21:58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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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요사리안 at 2011/01/30 22:52
이런 다짐 좋아요 ㅎㅎ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31 01:12
부질없는 다짐이 되지않도록 노력해봐야죠..후후;;
Commented by 김새벽 at 2011/01/31 10:23
허세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죠. 물론 그 허세를 잘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무튼, 하는 일 모두 잘되길 - ㅎㅎ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31 12:19
우오오. 힘이 되는 말입니다! ㅋ 새벽님도 하시는일 잘되길 :D
Commented by 세그위버 at 2011/01/31 11:22
ㅇㅅㅇ)//!!!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1/31 12:21
뭐야 그 표정은 !!!!!!
난 왠지 다른 블로그에서 내 얘기가 나오면 좀 민망하더라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어웅 at 2011/02/04 23:12
허세에 대해 결벽증적인 거부감을 가지는건 반달리즘이라고 생각함... 요새 좀 그런 추세가 심하던데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2/04 23:15
루저문화 확산분위기 아래서
뭔가 튀는 놈 끌어내려서 자기보다 아래로 만들고싶어하는 심리인듯;;
Commented by 어웅 at 2011/02/12 23:07
ㅇㅇ 근데 인과관계가 반대인듯...
루저문화의 부상이 결과고 네가 말한 그 심리가 원래 깔려있었던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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