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 5억 명의 친구가 있어서 당신은 행복한가?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 한국에서는 비록 싸이월드에 밀려 가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페이스북 사용 국가는 211개, 가입자 수 5억명. 미국 웹사이트 방문자 수에서 구글을 제치고 1위. 기업 가치는 무려 58조원이다. 페이스북의 창립자는 겨우 스물여섯인 마크 주커버그다. 그는 개인 자산 8조원으로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미국 400대 부자에서 35위를 차지한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양손에 거머쥔 남자.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존재하는 법, 영화는 눈부신 성공의 뒤에 존재하는 그늘을 담담히 조명한다.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의 의도는 ‘You don't get to 500milion friends without making a few enemies’ (당신은 5억명의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적을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라는 영화 포스터의 메시지에서 드러난다.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의 천재 청년이 어떻게 해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는가’ 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성공담이 아니다. 세계 최대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 탄생과 성공을 둘러싼 이기적 욕망, 배신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한 갈수록 모호해지고 치열해지는 지적재산권 분쟁의 허실 등 페이스북 성공신화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영화는 윙클보스 형제와 에두아르도가 마크에게 건 소송 절차를 따라가는 법정드라마 형식을 취한다. 그 중에서도 99번이나 재촬영했다는 오프닝 씬은 그야말로 마크 주커버그의 성격을 단적으로 묘사하는 장면. 그는 여자 친구와의 결별에 화가 난 나머지, 홧김에 대학 내 모든 여학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누가 더 섹시한가’를 선택하게 하는 ‘페이스매쉬’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 내 순식간에 퍼지며 큰 인기를 끌게 되지만, 마크는 교내 모든 여학생들을 적으로 돌려버리게 된다. 이 무용담을 접한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에게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한다. 그런데 마크는 여기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의뢰받은 사이트를 만드는 대신, 가장 친한 친구 에두아르도 세버린의 도움을 받아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마크는 MP3 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의 도움으로 거액을 투자 받고 페이스북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두아르도와 갈등을 빚고 멀어지게 된다. 결국 배신을 당한 에두아르도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윙클보스 형제 또한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며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애용하는 인맥 교류 사이트를 만들지만 정작 마크 자신은 단 하나뿐이었던 친구를 잃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정 공방 형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선악 구도가 명확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 입장인 윙클보스 형제도 겉으로는 끝까지 하버드 신사답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부유한 아버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도련님으로 묘사된다. 냅스터로 음반사들의 저작권 소송 폭탄을 맞았던 숀 파커가 일찌감치 돈방석에 올랐지만 걸맞은 도덕성은 갖추지 못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 마크 역시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말만 쏟아내면서, 소통의 노력은 하지 않는 강박적 인물로 그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마크가 소송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감정이 주인공에 대한 일방적 비난으로 쏠리지 않도록 유도한다. 모든 가치 판단은 결국 관객의 몫이 되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북미에서 10월 개봉한 이후, 2주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아카데미상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다. 주커버그 역의 아이젠버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사포 같은 대사에 멍하고 쓸쓸한 눈빛 등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다른 배우들의 하모니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패닉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은 단연 돋보인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수많은 친구들의 목록을 보면서도 현실의 인간관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섭게 성장하는 소셜 네트워크 산업 이면에는 이렇듯 더욱 소외되고 단절되는 사회와 인간관계, 욕망에 고립되는 인간군상이 감추어진 것이다. 아마도 데이빗 핀처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모두가 열광하는 소셜 네트워크 사회의 이런 어두운 단면들이 아니었을까.


'언론문장 실습' 과제로 작성한 영화 리뷰 기사. 쓰고나서 불만족스러웠는데 나름 잘쓴 샘플로 선정되서 약간 당황;;;

by Goldmund | 2011/04/13 15:37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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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새벽 at 2011/04/14 11:50
제게 페이스북은 아직 트위터보단 익숙하진 않지만, 요즘은 가끔씩 페북도 들여다 보곤 해요. 트위터는 요즘 정말로 '그냥' 뱉어지는 말들이 많아서 가끔 스크랩 압박도 느끼지만, 그래도 그 북적거림이 재밌어요. 그에 비해 페북은 덧글 형식이라 .. 뭐랄까, 깨알같이 논다는 기분?!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4/15 16:57
사실;;;;;; 전 페북은 하지도 않고.. 트위터는 뭐 계정만 살아있는 정도인데-_-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네요.
다만 그렇게 찬양하는 SNS 내부에서도 결국 오프라인에서 작용하는 권력관계가 그대로 이전되는데, (현실에서 강자는, 온라인에서도 권력을 지닐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의 권력은 현실로 이전되지 않죠) 이런 사실이 은폐되는것 같아 좀 기분이 나빠요.
Commented by Limeholic at 2011/04/19 01:16
SNS 이전에 이미 온라인 관계라는 것이 일종의 현실적 자기 상황에 대한 왜곡이 많아지며, 지적 폭력부터 시작하여 비단 '김씨표류기'의 히키코모리까지 정도의 차이는 물론 다르겠지만 결국 온라인의 인적 네트워크란 '뒤틀림'이 차라리 전제이다시피 하게 된 것 같아요.

시쳇말로 현피뜨자, 현시창 같은 용어들이 '조롱'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억하심정'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거든요. 최소한 온라인에서만큼은 자기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아도 되지만, 현실적 삶이란 아무리 외면해도 어떤 형태로든 의식에 간섭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데이빗 핀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덕분에 주말 즈음 하여 찾아볼 영화가 생겼습니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4/19 17:21
싸이월드는 '가식월드, 허세월드'로 불렸고, 디씨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서브컬쳐들도.. 결국 현실의 전도된 반영이긴 하죠. 이것도 일종의 감정관리고, 온라인상에서 현실 권력의 연장인 자아를 하나 더 만들어내는 일이다.. 라고 볼수있는데,
SNS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 라는 찬양 일색인 미디어가 항상 못마땅했었거든요. 뭐 여기 대한 지적 역시 적지는 않지만;;

저도 '김씨표류기'는 한번 봐야겠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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