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cool하게 떠드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대체 왜?

예전부터 자기반성할 일을 많이 만들어줘서, 재밌게 보던 블로그의 글인데, 이오공감에 올라있는 포스팅에는 동의하기 힘들어서 이렇게 트랙백한다.

나는 지금의 반값등록금 운동에 찬성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집회에 갔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광우병 위험이 다분히 과장된 수사임을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광화문으로 향했었다. 이것은 나혼자만의 예가 아닌, 보편적 사례였을 것이다.

미군 장갑차사건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니 차치하고서라도, 광우병때는 '기획되지 않은 자발적 촛불' 이었다는 분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자발적 촛불'이라는건 오히려 파괴해야할 신화라고 생각된다. 물론 작금의 대중 운동이 08년 촛불의 모방을 의도하며 기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애초의 대중운동은 기획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획 의도와 자발적 참여가 중첩될 경우, 기획한 주체가 사라지면서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것은 반값등록금의 사례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제만 봐도 그렇다. 장갑차사고와 광우병 쇠고기, 이슈 자체도 소모적이고, 감성적 대중동원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반값 등록금이라는 의제는 사회적 공론의 위치를 확보했다 할수있고, 현재 집회에서 요구하는 내용 역시 예전의 촛불 보다도 더욱 건설적이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숙의는 물론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올초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을 비롯해서, 등록금 이슈가 의제로 다뤄지기 시작했을때, 언론의 반응은 어떠했나? 등록금문제는 결코 보편의제로써 다뤄지지 못했다.
이제까지의 등록금 투쟁은 기본적으로 개별 학교내부에서만 이뤄졌고, 학교본부대 총학(운동권)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위권의 몇몇 사립대학교에서 사학재단이 '경쟁력'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면, 다른 사학재단이 따라서 등록금을 올린다. 총학은 이에 항의해서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본관점거도 하고 난리를 피운다. 그럼 학교본부는 선심쓰듯이 학생들에게 몇만원을 돌려주고, 등록금에 대한 저항은 동력을 잃는다. 그리고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면서, 일상화된 등록금 투쟁은 학생들의 지지를 잃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학생사회들 사이의 연대는 없다. 이러한 구도는 기본적으로 국립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의 반값등록금 운동은 이런 구도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개별 학교에서 벌어지는 경제주의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구조를 공격하면서 보편담론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미 등록금 집회는 장기화 국면으로 향하고 있고, 20대 사이에서 점점 화제가 되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등록금 투쟁은 총학(운동권)대 학교본부의 구도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회의론(그게 바로 나였다)자들을 무색케 하는 결과이다.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로 숙의만으로, 반값등록금이 상징하는 '사람의 재생산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공론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역사의 교훈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도대체 운동없는 숙의가 대중을 향했던 적이 있는가?! 운동없는 숙의는 대중에게서 나오는것이 아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적 엘리트주의의 산물이며, 관료들이 대중을 체제 내부로 포섭시키기 위해 제시했던 당근들을 먹음직스럽게 포장해놓은것에 불과하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운동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반값 등록금운동은 여전히 유효성을 가진다. 다만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 속에서 운동권이 향하는 방향성이 문제가 될 뿐.

동맹 휴업 소식을 들었다. 한신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모두 결국 한대련이 영향력을 지닌 학교들이다. 이들이 선택한 동맹휴업이라는 방법에 대해서 나는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학생사회 연대 방안으로서 동맹 휴업이 가지는 상징적 유효성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말고사의 기간. 동맹 휴업이 과연 각자의 학교 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참여를 얻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대련 이외의 다른 학교 총학들과의 연대 동맹 휴업이 가능할 것인가? 에 대해서도 역시 부정적이다.

서울대 본부 점거의 사례를 보자. 이들 역시 동맹 휴업이라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현실적으로 학우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역풍을 각오하고 본부를 점거하는 결단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점거된 본부 안에서 학생들은 과제를 하고, 기말고사를 공부한다. 혹자는 이것 역시 체제 내에의 자진 포섭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학점'을 따내야하는 내면의 갈등은 현실이다. 반값등록금운동은 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배제하고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과연 한대련 쪽에서는 6월 10일 이후의 반값 등록금 운동에 대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애초에 집회를 기획한 것도 11일까지로 한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개별 학교에서의 동맹 휴업 따위에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운동을 더욱 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현재 MB정부가 레임덕 상황이고,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 복지담론이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호재이다. 기말고사라는 시간을 극복하고, 방학때까지도 장기지속되면서 관심있는 대학생들을 끌어모을수만 있다면, 반값등록금 운동은 또다른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대련쪽에서 과연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제까지의 운동이 가진 관성을 탈피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된다. 부정적 조짐들도 보인다. 하지만 나 역시 원자가 되는것을 거부하지는 않으리라. 6월 10일, 광화문에서 많은 얼굴들과 마주하기를 기대해본다.
by Goldmund | 2011/06/08 16:24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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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ulton at 2011/06/09 01:24
음 난 이 글이 왜 트랙백에 반론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는데? 이 글의 주장을 백프로 동의하더라도 트랙백에 반론이 되지는 못하는듯?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6/09 18:14
음.. 원문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단, 내 생각은 이렇다.. 식으로 글을 쓴거라서;;
Commented by 어웅 at 2011/06/13 16:28
이번 일 흘러가는 꼴보면... 나는 링크된 원글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음. 사학재단 반응봐, 결국 정부에게 협박하잖아. 정부가 지원 더 해주면 그만큼 등록금 깎을 용의가 있다고.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6/13 19:06
뒷얘기 들어보니.. 한대련도 운동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부족한거 같더라;;
정부는 어떻게 사학재단 때려잡아야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을텐데... 사학재단은배째라 식이니... 다만 운동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정책 변화도 달라질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봄..
Commented by Fulton at 2011/06/14 00:41
이글의 존재의 의미 자체는 저 글을 반박하고 대안 제시를 해야만이 가능한 글인데? 그냥 네 생각만을 논한다면 저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고 할수 없는 문제임.

저 글 자체는 어떤 행동에 대한 판단이고 넌 그행동의 그래도 지속의 당위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저 판단에 대한 반박이 필요하지. 어째 그럼 이글의 존재의 의미는 그저 표출임?
Commented by Goldmund at 2011/06/16 00:31
글쎄요? 반박하고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면 존재의 의미 자체가 없는건가요?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는것이지 내가 비판해보겠다..의 자세는 아니었어요.
마지막에 언급한 바와 같이, 존재의 의미는 표출..에 가깝습니다;;
(사실 말이지, 저분 평소 글을 봤을때 내공으로 보면 저따위는 상대도 안될 수준일 것 같아서 차마 비판 못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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