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캠프 다녀온 후기(1) - 최악이었던 정연주 전 KBS사장의 강연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대학언론캠프를 다녀왔다.
전체적으로 캠프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이었던 것은 사실 대학생 기자들간의 만남과 토론의 과정이었다. 대학언론들 사이의 연대관계 형성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내게도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공자가 얘기했듯이 길을 세 사람이 걸으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듯. 사람들간의 만남과 interaction속에서 내가 배울 일은 무궁무진한 일이겠지.

어쨌거나 내가 지금 이 포스팅을 하는 것은 언론캠프에서 있었던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캠프 도중 있었던 세 개의 강연, 그리고 사람들과의 토론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먼저 정연주 전 KBS사장의 강연의 주제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으로 산다는 것- 이었다. 강연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언론인으로서 현장을 누비면서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들과, 언론인이 가져야할 저널리스트로서의 태도에 대한 강연을 기대했다. 그리고 강연의 최초 30분과 질의응답시간 30분 정도는 그런 점에서 유익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강연의 인상은 그렇지 않았기에 실망스러웠다. 
그의 강연 내용중 상당한 분량은 이명박 정권 이후 한국에서 언론자유가 얼만큼 후퇴했느냐에 대한,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에 할애되었다. 물론 언론자유의 후퇴는 분명한 사실이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생 기자를 앉혀놓고 이를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어서 그는 대한민국의 보수 콘크리트 37~38%의 존재를 지적하고, 트위터등 SNS혁명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것은 20대의 정치참여가 될 거라는 뻔하디 뻔한 스테레오타입의 이야기로 강연을 마쳤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의 강연은 너무도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고, 어떤 새로운 깨달음도 주지않는 재미없는 강연이었다. 
게다가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은 정연주사장에게서 느껴진 노인특유의 꼰대기질이었다. 그가 언론인으로서 살아온 세월은 존중받아야하는 시간이겠지만, 그의 20대를 대하는 가치관은 여러가지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예를 들자면 SNS를 찬양한 동시에 20대는 너무 단문에 익숙해서 안된다. 책좀 읽어라 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들이었다. 

절정이었던 것은 강연도중 나와 감정 대립을 보여주었던 부분이었다. 강연 도중 나는 두어번의 혼잣말과 두번의 하품(그래도 입은 가렸다), 한번의 문자질을 시전했는데 그 행동들이 어지간히도 불편했던 모양인지 강연도중 나를 지적하면서 "You are annoying me"라는 말을 했다. 한글도 아니고 영어로 이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특히 나를 비난하는 그의 근거는 강연을 듣는 청중들에 대한 '공동체윤리'의 부족이었는데, 사실 청중들은 내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그가 나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면 그것은 강사에 대한 예의부족 정도가 정당한 죄목이었다. 감정적인 발언을 통해 나를 공동체윤리없는 개인주의자로 매도한 것은 내 입장에선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다. 오히려 공동체윤리로 따지자면 자신의 불쾌함을 이겨내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강연을 이어나가는 것이 강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괜히 강연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때문에 사과하고 한발 물러섰다. 

게다가 정연주씨 강연도중 언론자유 후퇴를 증명하기 위해 인용한 통계자료의 인용 가운데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는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인용했는데 2004년, 2005년, 2006년, 2008년, 2009년, 2010년의 통계를 제시했다. 2006년 31위에 달하던 언론자유가 2008년 47위, 2009년 69위로 급락했다는 얘기가 그 요지였다. 문제는 이 통계의 제시과정에서 2007년의 순위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폐쇄 논란과 함께 순위가 39위로 떨어졌고, 이는 조선일보 등의 보수언론을 통해 크게 이슈가 되었다- 가 누락되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질의응답시간에 이 점을 지적하면서 2007년의 수치를 왜 얘기하지 않았음을 지적했고, 그는 실수였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누락이 정말로 실수였을까? 라는 의심을 풀 수가 없다. 정말 실수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외면하고 싶은 자료를 앞에 두고서 의도치 않은 무의식적 실수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정연주 전사장의 강연은 누구나 아는 내용들의 동어반복으로 구성된 재미없는 강연이었으며, 나라는 개인의 입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최악의 강연이었다. 특히 그는 강연 도중 '원칙적으로는 보수도 존중하는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 37%는 발전적이지 않다'라는 뉘앙스의 애기를 하는등, 이분법적 세계관과 피해자 스탠스는 너무 분명해보였다. 아마도 배임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기까지 법정투쟁을 해왔던 것이 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by Goldmund | 2012/01/30 22:42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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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핑쿠 at 2012/01/30 23:21
You are annoying me..... 강연하러 온 사람 치곤 너무 고압적인 태도군요. 군대도 아니고.. 거참 -_-;;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1/31 00:00
뭐 제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겠지만, 무슨 공동체의식 부족이니 어쩌구 저쩌구 얘기할 때는 정말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걸 겨우 참았네요.
Commented by 00 at 2012/01/31 00:13
정연주가 언론에 대해서 얘기하다니 참 웃기는 세상이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1/31 13:13
강연 내용의 유익함은 차치하더라도...
강연 못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만...왜 그렇게 보시는지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사쿠란보 at 2012/01/31 02:56
어노잉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스러우셨겠어요.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1/31 13:14
군대 정훈교육 나온 퇴역군인들도 안하는 짓을 강연에서 하다니... 지릴뻔 했습니다.
Commented by 콰미 at 2013/03/19 15:45
정사장님도 꼰대 같은 면이 있군요. ㅋㅋ 어르신들 모셔놓고 강연하면 생각지도 못한 꼰대같음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죠
요약하면 강연이 진부하고 불쾌했네요~
Commented by Goldmund at 2013/03/28 18:45
뭐 저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더 그렇게 된거지만, 아무튼 예상외더군요 이건 참;;; 역시 능력과 꼰대성은 별개의 문제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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