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캠프후기(2) - 유시민, 그와 좌파정치 사이의 간극
정연주 사장의 강연이 끝난 다음 조원들끼리 모여서 잠깐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원래 목적은 유시민과의 토론회에서 던질 질문들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지만, 별로 유시민과는 상관없는 다양한 정치적 주제들 - 북한, 통일, 민족주의, 군대, 교사의 정치적중립등 - 에 대해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토론이 이어졌다. 
놀라웠던 것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유시민에 대해서 캠프에 온 사람들 대다수가 매우 큰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보통 유시민에 대한 호불호는 아무래도 연령을 타서 그렇지, 2030정도의 연령층에서는 호감층이 매우 다수라는 인상을 새삼 느꼈다.

유시민 대표의 강연은 꽤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싫어함에도, 약40분간의 강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전혀 없었다. 자신의 학창시절때의 개인적 고민 (아름다움과 추함이란 무엇일까)에서부터 2012년의 구조적 고민(세대간 인식차이의 원인은 무엇인가)로 확장시키며 강의를 풀어나가는 것은 매우 평범한 듯하면서도 좋은 인상을 주는 기법이었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유시민 대표가 매우 격없는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매우 신경쓰고 있었단 점이었다. 그에게서는 정치인 특유의 권위적 태도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이 점에서는 적어도 인간 유시민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강연의 자세한 전개에 대해서는 나와 함께 강연을 들었던 민중의 소리 기자가 정리를 잘해놓았으니 굳이 길게 정리할 필요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유시민 대표가 강연 이후 질의응답시간에 했던 발언들 가운데서는 역시 내가 평소 유시민에 대해 나쁘게 볼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충분했다. 
특히 강연 중간에 진보정치의 착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보정치인들은 사람들을 도덕으로 계몽하려 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아니라 관념에 투표하기 때문에 진보정치가 1%의 특권층 VS 99%의 서민이라는 구도를 만드는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나는 여기 대해 '계급정치'의 필요성 자체를 너무 축소하는 발언이 아니냐고 따지면서, 국민참여당원들이 통합과정에서 당명에서 노동을 넣지 말자고 주장한 사실을 예로 들고 나왔다. 진보정당에 있으면서 계급정치 안하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여기 대한 유시민의 대답은 '마르크스주의가 말한 프롤레탈리아트혁명은 없다. 그건 낡은 관념'이라는 얘기였다. 내 입장에선 "아놔! 지금 내가 혁명하자고 얘기하는 거냐고, 나도 그런 도식 안 믿거든. 그보다 너님이 민노당이랑 손잡을 정도면 적어도 계급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동감해야되는거 아님? 지금 너님이 민주당에는 안들어가겠다는 그 마음 하나 때문에 진보정당 통합 논의 꼬였잖음!"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려고 했지만, 발언권이 없는지라 참아야했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이 계급정치를 하건 말건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기형적 팬클럽(국민참여당)이 계급정치를 하는 좌파정당과 합치려했다면 적어도 계급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라도 동의해야하는게 아닌가? 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유시민 대표의 답변 중에는 유시민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주의와 맑스-레닌주의를 붙잡고 있는) 구좌파들에 대한 시각까지 느껴졌다. 과연 저런 감정적 골을 가지고서 좌파 정치인들과 한 노선을 걸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나의 이런 의심은 특히 강연 중간과 강연 이후 그의 통화후 반응을 보면서 한층 구체화되었다. 
그는 강연도중 "공동대표중 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보다 높은 사람이라 받아야된다"는 발언을 했다.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라면 심상정은 아니고 이정희 대표일거라는 예상이 퍼뜩 왔다. 그리고 자신보다 높다는 얘기를 한다는 점에서, 유시민 대표의 위치가 당내에서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강연이 끝나고 그가 식당에서 통화 이후 보좌관과 하는 대화내용을 들었을 때는 의심이 훨씬 강해졌다. 그는 보좌관에게 약간 화난 말투로 "내가 지금 누구랑 싸우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당에서 뭐지?" 라는 얘기를 했다. 아마도 당내의 누군가와 심리적 갈등이 적지 않음을 추측케하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강연도중 그가 이정희 대표의 전화를 받았을 것임을 생각한다면, 그의 통화는 이정희 대표와의 것이었을 가능성도 꽤 높아보였다.

여러 정황근거를 통해 추측한 "유시민과 민노당의 관계, 매우 좋지 못함"이라는 정보는 결국 어제 나온 유시민의 당무 거부기사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0201154804  를 통해 증명되었다.
뭐랄까. 총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치공학적 통합이었던 유시민과 민노당의 만남이기에 너무 쉽게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물론 지나치게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겠지만, 유시민 대표의 당내 현 상황은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해보인다. 그가 가진 자산은 어차피 유시민 개인에 대한 호감에 그칠 뿐이고, 유시민의 지지세력인 친노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미 상당부분 민주통합당으로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민노당 당권파의 패권주의 행태가 고쳐지고, 불완전하게나마 통합진보당이 계속 함께가는 것이다. 그러나 2007~2008년의 분당정국을 복기해본다면, 역시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기왕 지사 이렇게 된거, 계급정치 할 생각 별로 없는 유시민은 자기 정체성에 맞게 빨리 민주당쪽으로 가줬으면 싶은게 요즘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하더라도 딱히 통합진보당에 큰 비전이 있을것 같지는 않다. 이래저래, 유시민 대표도 자기 자존심과 지분 때문에 선택한 거겠지만 딱하게 되었다. 
by Goldmund | 2012/02/01 23:27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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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도르래 at 2012/02/02 02:13
"아놔! 지금 내가 혁명하자고 얘기하는 거냐고, 나도 그런 도식 안 믿거든. 그보다 너님이 민노당이랑 손잡을 정도면 적어도 계급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동감해야되는거 아님? 지금 너님이 민주당에는 안들어가겠다는 그 마음 하나 때문에 진보정당 통합 논의 꼬였잖음!"

아무래도 이 말씀을 하셨어야 할듯요.ㅋㅋ

호불호를 떠나서 유시민씨가 통합진보당에서 저러고 있는건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2 10:54
솔까말 같이 가서 질문한 사람들 질문 수준도 전체적으로 별로 안높았는데, 그 사람들 때문에 질문을 하나로 한정받으니까 열받더라구요.
자기가 했던 질문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가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게 좋은데 말이죠.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2/02/02 10:31
계급정치라......
대한민국 보통사람 중에 계급정치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지않는 사람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
당신들이 맨날 계급,, 이념,,투쟁..이런거나 떠들어대고 있으니
국민들이 당신들을 외면한다고는 생각 안하시나요?
.
덕분에 진보라는 좋은 개념조차도 당신들과 엮여 덩달아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2 11:02
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건 간에
(구)민주노동당은 계급정치를 표방하는 정당입니다.
단순히 '반MB'라는 시대의 요청에 따르는거라면 야권연대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굳이 유시민이 민노당과 합치면서 계급정치를 약화시킨건 충분히 비판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그나저나 진보라는 개념이 왜 좋다고 생각하나요?
그냥 자기 입맛에 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진보'라고 규정짓고,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소수파들을 배척하는게 진보입니까? 이명박 심판, 중요해요. 근데 계급정치한다고 해서 이명박 심판 안하려는거 아니거든요?
'계급'이라던가 '투쟁'에 대해서 얘기하는 정당 하나 조차 존재할 수 없는게 진보라면, 전 그딴 진보 따위 개나 줘버리고 싶군요. 그게 무슨 진보인가요, 양아치지.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2/02/02 13:48
골트문트님께,,
님은 정당의 존재이유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정당은 학술단체나 친목단체가 아니지요.,
다수 대중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획득하고, 획득한 그 권력으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국가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수파배척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말씀드린 건,, 그간 님들은 국민들에 의해 배척당해 온 겁니다
거기에 대해선 님들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거죠..

그리고,,님과 같은 생각이시라면 정당을 안하는게 맞습니다
차라리 동호회나 연구단체를 만드시는 게 정답입니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2 14:05
글쎄요. 정당이 단순히 '다수 국민이 원하는 국가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 으로서만 의미가 있나요?
멋진 해석이네요. 그렇다면 정당정치에는 원칙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양당만 있으면 되겠네요. 소수정당 그런거 필요없고???

정당의 사전적 해석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 입니다. 그냥 단순히 존재하는 다수 대중 위에 얹혀서 가는게 아니라, 소수 정당부터 출발해서 차근차근 지지기반을 넓히고, 결집시키는 경우도 있죠. 독일 사민당이나 녹색당이나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급진적운동으로 시작했던 역사가 있고요.

화이트칼라와 중산층의 대중정당이 있는 한편으로, 노동자 중심의 계급정당 역시 대중정당을 지향합니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였고, 진보신당도 적어도 구호자체는 대중정당을 지향했습니다(물론 실체는 대중정당이라고 하기에 거리가 멀었지만요)
물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국민들에게 배척당해온건 물론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그들의 책임이죠. 참고로 전 양쪽 어느곳의 당원도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당 하나쯤은 계급정당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계급정치에 대한 반발이 너무 심각하다고 해서 그걸 아예 안할려고 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계급정치를 얘기하는게 옳은 방식인거죠
Commented by 이영미 at 2012/02/02 14:39
진보정당=계급정당 ???
민주노동당이 계급정당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되엇기때문에 10년을 가도 그 자리 그 곳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대중진보정당으로 탈바꿈하고자 통합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여전히 당을 노조와 분간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소위 기자라는 양반 조차도 그런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은 아직은 멀게 보인다.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2 21:05
'상대적'인 기준으로 따지면 민주당도 진보정당이겠죠.
전 진보정당=계급정당이어야 된다는 말은 한적 없습니다. '계급정당'이 필요하다는 말 밖에 한적이 없거든요;;;; 저는 민주당이 계급정치해야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계급정치'를 하던 민노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야권통합을 한건 마음에 안드는거구요.

대중진보정당으로의 탈바꿈? 말은 좋지 민노당이 국참당이랑 바꾸고 보라색 깃발 들면 뭐합니까? 지금 현실은 지지율 답보상태에 내분이나 일어나는 상황이잖아요. 가만 보면 '국민의 뜻'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뜻이란거 불분명하고 실체도 없는거 아닌가요. 정당이란 무릇 국민적 정서 못지 않게, 자신의 지지기반인 당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게 먼저입니다.
Commented by 얼라리요 at 2012/02/03 18:16
당원들의 이해관계. 맞는 말이죠. 그런데 그 당원들이 죄다 노조야. 그럼 그 노조가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대표할만한 대표성을 가지느냐? 그건 아니죠 ㅋ.
자신만의 리그로 민노당은 적절하겠으나. 적어도 대한민국 노동자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지고는 싶고 그래서 유시민이 필요했겠죠. 대한민국에 유시민만한 훌륭한 유닛이 두개면 말을 안해. 달랑 한개야.ㅋㅋㅋㅋ. 진보당이 유시민없이 대중속에서 당원을 확충한다? 천지개벽이죠.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4 22:50
글쎄요. 민노총이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대표할만한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만, 그 대표성때문에 유시민이 필요한거라는 해석은 사실과 다른듯 싶습니다. 유시민의 지지자들은 수도권386아니면 영남민주화세력이 많죠, 노동자 계급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Commented by 민노당 씹종자들아 at 2012/02/03 20:21
좆이나 까라 새궤리들아..니들이 계급정치 표방하며 언제 집권할 생각이나 있었냐? 민주노총의 회비가 그리도 좋더냐..개씹종자들아..유시민이 아깝다 아까워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4 22:51
인터넷에서 쓸데없는 뻘소리하지말고 집에 가서 씻고자라ㅉㅉ
Commented by TS at 2012/02/05 08:04
지나가다님 이영미님 얼라리요님
심지어 욕설을 던지고 간 분의 글마저도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는데
Goldmund님의 본글과 댓글은.....
꽉 막힌 벽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젊은 분 같은데
그래서 더 답답하네요.
Commented by Goldmund at 2012/02/05 11:42
아비투스가 달라서 그래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니 꽉 막혀보이는것 뿐이죠.
학문적인 관점으로 볼때 계급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는 학자들은 굉장히 많은 숫자입니다. 맑스주의자가 아닌 학자들도 그렇죠. 그럼 그 사람들은 전부 꽉 막힌 벽에 불과하겠네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 '벽'으로밖에 생각못하는거야말로 진짜 벽창호같은 사고죠.
Commented by ㅇㅇ at 2018/03/12 14:16
여기서나 저기서나 장문에 벽인건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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