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잡문 - 교사의 체벌권에 대한 주절주절
스승의 날 잡문 -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기억하는 스승들 중에는, 감사를 표할만한 스승들보다, 짜증스런 꼰대선생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때 촌지거부를 이유로 개무시하던 선생부터 고등학교때 공공연히 내 반항정신을 일깨우게 만든 학생주임까지.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쁜 사람도 많은건 어느 직업군이나 그렇듯 교직도 마찬가지인듯 싶다.

그래서 그 교직에 있는 사람, 하니까 떠오르는것이 바로 교사의 체벌권이다. 최근 학생인권조례 통과등으로 체벌자체가 금지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 말들이 많다. 재밌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공공연하게 폭력을 가하고도 옹호받을수 있는 몇안되는 직업군 중 하나가 교사라는 점이다. 

도대체 체벌의 효용이 무엇인가? 
체벌은 타인의 신체적 자유를 심각하게 구속한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누릴수있다'는 자유주의 원칙을 감안하면 체벌이 이 원칙에 걸맞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타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해 자유를 제한해야할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수 있겠지만, 그 상황중에서 체벌이라는 신체적 구속이 가해져야할 상황은 그야말로 예외적이지 않을까?

요새 애들은 패야 제맛이라거나, 때려야 사람되는 놈들이 있다는 말로 체벌을 옹호하는 여론을 볼때마다 불쾌감이 느껴진다. 물론 적절한 체벌을 통해 공공선을 증대시키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그동안 체벌이라는 행위는 관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막상 체벌행위를 당한 학생은 단순히 매를 무서워할뿐, 자신의 잘못을 쉽게 고치지 않는다. 고치기 위해서는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오히려 잘못된 체벌로 인해 반항심이 커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어떤경우 체벌행위가 아동과 청소년들의 성장과정에 트라우마로 남을수도 있다. 

체벌을 통해 사람되는 케이스보다 체벌을 통해 사람이 망가지는 케이스가 더 많다면 그건 분명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체벌은 합리적으로 용인된다. 그것은 체벌이 가져오는 훈육효과 - 매의 공포로 다스리는 - 때문일 것이다. 마치 군대에서의 각종 갈굼이 올바르지 않지만 용인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체벌을 통한 공공선의 증대 + 체벌이 가져오는 훈육효과 > 체벌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라는 착시가 발생하면서 우리는 체벌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도구적 합리성이 실질적 합리성을 전복하는 하나의 현상이랄까.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언론 - 특히 보수언론- 에서 경쟁적으로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사례들을 들고 온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히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해서 곽노현 교육감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행위다. 언론은 교사들의 여론을 인용하면서 소위 교육현장의 요청은 체벌을 필요로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목소리 중에, 왜인지 학생들의 목소리는 빠져있다. 몇개의 청소년 인권단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대표해주지 않는 목소리다. 한국사회에서 10대의 대표성이 대표되지 않는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내가 체벌을 적나라하게 비판했지만, 난 사실 체벌을 원칙적으로 아예 0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까지 한국의 학교처럼 학생들을 관성적으로 패왔던 습관으로부터 벗어날 필요는 분명하다고 본다. 
나도 학교를 다니면서 참 많이 맞았지만, 적어도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잔혹한 폭력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당한 폭력이 지금까지도 불쾌함으로 남은 경우가 몇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 아이들이 다니게될 학교는 학생의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학생사회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체벌원칙이 만들어진, 그런 세상의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해본다.
by Goldmund | 2012/05/15 22:4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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