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객관화하기 작업 - 프롤로그 -

이런 괴상망칙한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 이걸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 사실은 정말이지 귀찮은 일이다. 자신을 객관화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망발인가. 논리모순이고 언어도단이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내가 나로 있을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무지 자신조차도 납득하지 못하는 자신의 언어로 남들을 향해 글을 써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이말이다.

이제까지 나는 글을 너무 쉽게 써왔다. 물론 지금껏 내가 써온 한편 한편의 글은 나름대로 그 순간을 살던 나에겐 천착하고 있던 문제틀에 기반한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나온 산물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베이스로 해 비판에 비판의 칼을 가는 것으로 논리적 정합성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과제의 글쓰기 혹은 (조금은 안일한 규정이지만) 중앙문화에서의 글쓰기는 내게 다른 방식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앗아버렸을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도 작은 것을.

4학년이 되어서, 취직을 해야한다는 쫓기는 감정, 언론사 출제문제에 대한 맞춤형 글쓰기. 이런 것은 분명 자신에 대한 객관화의 동기로써는 너무 알량해 보이긴 하다. 하지만 쫌스럽다는 이유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다. 나의 언어가 그만큼이나 좁은 사람들만을 납득시키는 언어라고 그 한계에 대해 인지한 이상 나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실현의 행복 따위 누릴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혹은 계속 모르핀주사를 맞은 것처럼 한쪽의 감각을 상실한 바보로 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 만족하기에 아직 나는 너무 혈기가 넘치나보다)

나를 객관화하기 포스트들이 정확히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생각하고 있는 형태는 약간은 자서전쓰기 비슷한 형태로 과거에 대한 정리 작업(주로 2004년 이전)을 먼저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2005년 이후로는 이제까지 내가 이글루스 및 싸이월드, 기타 저장된 형태의 글들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그 이후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영향, 지금 내가 가지게 된 문제의식과 자아분열한 점들을 정리하는 형태가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시간적 서사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흥미 본위로 그때그때 터지는 이슈나 관심사에 따라 순서가 변경되는 것이 그나마 의욕을 불러일으킬 듯 싶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취향에 따라 맞춰가고 타협하는 글쓰기, 그리고 어찌해도 꺾을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나의 논리를 정교화하는 공부의 시간. 아마 여러 문제에 대해서 완성되지 않을 수록, 첫번째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비겁하다고 자책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마음을 다잡고 후자의 마음가짐으로 가도록 하는 다른 기획이 필요해지겠지.

어쩌면 아직 할 일이 많지 않기에 이런걸 기획할 수도 있는건 사실이다. 사실 4월 5월이 되면 지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좀 든다. 그때마다 이 프롤로그의 글이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 자판을 두드라는 내 격동에 부끄럽지 않도록. 정리의 작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길.

by Goldmund | 2013/03/28 19:04 | 나를 객관화하기 작업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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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어웅 at 2013/10/05 16:31
그래서 이건 언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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