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권위주의
2012/01/30   교권이 무너진다고? 웃기고 있네. [7]
교권이 무너진다고? 웃기고 있네.
학생인권조례 공포 3일이 지난 지금, 교권이 무너진다 뭐 이런 종류의 얘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지금 교권 추락을 논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교권의 정의에 대해서 알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곤 한다. 사실 나 역시도 엄밀한 의미에서 '교권'의 의미에 대해 안 것이 얼마 안되었고 말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을 열고 '교권'이란 단어를 검색해보자.

넓은 의미에서의 교권은 교육권을 의미하며, 교육을 할 권리와 함께 교육을 받을 권리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좁은 의미에서 교권은 교사의 교육권이라는 제한적인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중 첫번째 의미는 흔히 교수권이라 불리는 교육내용의 자율성에 대한 논의이며, 두 번째 의미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해당한다.
 
교권에 대한 정의를 엄밀하게 적용하면 지금 언론에서 여론몰이하는 형태의 '교사의 훈육권'은 교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넓은 의미로 확장시키자면 훈육권 역시 교수권과 함께 논의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이 경우에도 더 핵심에 해당되는 교수권에 비하면, 훈육권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오소독스한 의미에서 교권에 대한 논의를 적용하자면,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교권'이라는 말은 교사의 권리에 대한 학문적인 개념은 될 수 없다. '교권 추락'이라는 것은 오로지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사의 권위 추락'에 해당할 뿐이다. 아니 더 엄밀하게 말하면 '교실 안에서의 교사 권위 추락'에만 한정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애시당초 교실 바깥에서 교사의 권리가 한국에서 원활하게 보장되고 있는가 하면,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직원의 신분상의 권리를 따지자면, 교사들에겐 당장 노조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 아니던가!

교실 안에서의 권위에 대해서도 좀더 얘기해보자. 현재의 학교 교육 구조상 상당수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 입시라는 지상과제를 목전에 두고, 예체능 교사들에게 교수권이란 사치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권리조차 보장이 안되는데 교권 추락 운운하는게 말이 되는가? 교권을 추락시키는건 교사 권위의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입시몰입교육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교권 추락은 학생 인권조례와 상관없이 학교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병영국가' 대한민국에서 학교라는 공간은 학교-병영, 교실-막사, 운동장-연병장의 대칭 위에서 학생들을 권위로 다스리면서 사회에 필요한 부품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한국사회의 권위주의는 조금씩 해체되어가는 추세에 있고, 권위주의에 의존하는 학교교육이 위기론에 처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심하면 나오는, 군기강이 해이해져서 전투력이 약해진다는 얘기랑 질적으로 같은 얘기다)

지금 교권추락을 논하는 가장 큰 여론이 보수언론들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 여론들은 한국사회에서 권위주의의 해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가능하다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 교육으로 시대를 역행하려 한다.  

하지만 단언컨데! 학생들을 훈육 한답시고 학생의 뺨을 때리고, 그 폭행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퇴학시키겠다며 협박하는(7년전, 내가 고등학교때 당했던 일이다) 그런 종류의 권위가 '교권'이라면 그따위 교권은 몇 번이라도 추락시켜야할 일이다. 

지금 '교사의 권위'가 추락한다며 아우성을 치는 많은 보수언론및 교총은 정신좀 차리고, '교권'에 대한 대중의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짓거리를 멈추고, 제발 '교실밖에서의 교사의 권위'에 대해서나 논의했으면 싶지만... 애초에 기대하면 그게 바보지 뭐. 
by Goldmund | 2012/01/30 23:52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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