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보편적복지
2011/01/05   계급사회, 복지의 좌표 [11]
계급사회, 복지의 좌표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2008, 후마니타스

<생각의 좌표>
홍세화, 2010, 한겨레출판사

새해 들어서 두권의 책을 읽으며, 최근의 화두인 무상급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따지고보면 무상급식 논쟁은 진보진영에서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도입의도는 정치적이지 않았으며, 최초의 정치적 논쟁 역시 경기도의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데서 시작했다. 현재의 무상급식 논쟁역시 마찬가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이 문제를 복지병으로 확대시켜면서 더욱 정치적인 논쟁이 되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보수쪽이 논쟁거리를 만들어준 상황을 활용하지 못하고, '무상급식' 이라는 아주 소소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하나의 시책의 타당성에 대해 얘기할뿐 '시혜적복지와 보편적복지중 어느쪽이 타당한가' 라는 주제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는 한국사회의 부동산 불패신화, 토건국가의 문제점, 새롭게 대두되는 지역주의(강남,강북,수도권,지방)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통계자료에서는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성이 느껴지고, 각 장의 끝마다 핵심을 추려놓으면서 배경정보가 부족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부분은 이책의 백미라고 할수 있다. 책은 시종일관 부동산 격차가 어느정도 수준이며, 어떤식으로 계급사회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는데, 한국사회의 소득지니계수는 0.310(2005년조사, 2009년에는 0.325로 상승추세)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자산지니계수는 0.638(2004년조사)에 달한다는 부분에서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으로, 이미 한국사회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상위 1%를 위해, 세금폭탄을 거두라는 매스미디어에 현혹된 대다수 중산층과 무주택자들의 투표성향은 부동산 계급분할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홍세화씨의 <생각의 좌표>는 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은 결국 '왜?' 라는 질문이 죽어있는 교육현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을 낳고 있는 사회에 그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부동산 계급사회>는 경제서에 가깝고, <생각의 좌표>는 에세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두권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문제점과 대안으로써 공통되는 것은 결국 '계급주의적 사고' 였다. 세상을 계급주의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력적인 방법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이런 계급주의적 관점에서의 투표가 보편화되어있지 않아서, 중산층들에게 이런 혜택들이 돌아가고 있지않지만, 한번 복지의 맛을 본 중산층들이 줄줄이 투표장으로 나와 복지정책을 제시하는 좌파를 찍을거라는 주장.. 하지만 이런 마술같은 주장이 먹히지 않은것도 하세월이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격언이 실제가 되려면 일단은 계급적 사고방식을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만들어야된다는 얘긴데.. 이건뭐 내 살아생전에 볼수 있을지도 의문.

다시 무상급식으로 돌아가보자, 무상급식의 실시는 지극히 계급주의적 관점에서 볼때 대다수 중산층에게는 이득이 된다. 세금은 내는데, 혜택은 보지 못하는 저소득층 무상급식 (시혜적 복지) 보다는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혜택을 볼수있는 전면 무상급식(보편적 복지)가 더욱 이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이것은 무상 급식뿐만이 아니라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 임대아파트등의 대다수 복지 정책에 관해서도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중산층은 많다.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을 인질로 잡고, 중산층을 위한 또다른 복지의 확대로 변질될 것이며, 이는 사회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릴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와 '우리의 생각'이 된 것인가?

우리 나라는, 보편적 복지는 고사하고 시혜적 복지만이라도 충분할만큼 펴주고 있는 국가가 아니다. 총 국민소득 내지는, 총예산중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증가추세에 있던것이 올해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현실이다. 만약 복지라는 어젠다가 지금처럼 거세게 불지 않았다면, 복지예산의 감소는 큰 이슈조차 되지 않고, 앞으로의 정책 기조로써 자리잡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반드시 옳은 방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혜적 복지의 확대에 공헌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은가?

시혜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어느쪽을 택하건 제대로된 복지를 하려는 이상, 재정의 확대는 필요하다. 어느쪽도 싫다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치킨게임만이 있을 뿐이다. 어차피 중산층이 누릴수 있는 성공이란건, 밑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게 전부인게 현실인데. 세금이 무서워서 복지정책 확대에 반대한다.. 고할때, 어차피 (스웨덴의 경우를 보듯) 고소득층에게 부담을 지우는것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저소득층의 눈물을 바탕으로 아둥바둥 살아보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자기 아이들의 미래일수 있다는것을 잊은채로..

보편적 복지와 시혜적 복지, 어느쪽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결국 적용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평행점을 찾아야할 일이다. 먼저 필요한것은, 계급을 떠나서 복지라는 것의 가치가 '우리' 모두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먼저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상급식은 언제라도 변질되어 정치공세의 제물로 변해 버릴것이다. '나' 만의 행운을 위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나'의 존재가 '너'의 존재를 배반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 필요한 것은 계급적인 계산보다는 이쪽이 먼저가 아닐까?

라지만, 사실 이것도 이상론에 가깝고..
결국 먹히는건 정치공학적 쌈박질이겠지. OTL
by Goldmund | 2011/01/05 23:21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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